몸 즐겁고 힘도 ‘으랏~茶茶’
참선 · 맑은 생활하는 스님 건강과 직결
사지 불편할 땐 몇 잔만 마셔도 ‘효과’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다. 차(茶)를 밥 먹듯이 한다는 말로 일상 있는 일, 예사로운 일을 뜻한다. 실제로 절집에서는 이 다반사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어쩌면 밥보다도 더 자주 먹는 것이 차다.
그러면 스님들은 왜 이렇게 차를 자주 마실까. 우선 참선을 많이 하는 스님들에게 차는 잠을 쫓아주는 효능이 있는데다, 차를 마심으로서 참선과 절집 생활로 인한 긴장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사진> 일지암 앞에서 암주 무인스님이 곡우전 야생 찻잎을 따고 있다.
두 번째로는 차를 마시는 일은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차를 우려내고, 우려낸 차를 상대방의 잔을 채우고, 그 차를 상대방에게 권하다보면 자신에게로만 향했던 마음이 상대방에게 향함으로써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과 생각을 열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절집에서 스님들이 차를 밥 먹듯이 하는 이유로 삼기는 좀 부족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차가 참선 생활과 맑은 생활을 주로 하는 스님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중국 당나라 때 육우(陸羽)가 쓴 <다경(茶經)>에 잘 나타나 있다. <다경>에서 육우는 “신농(神農)이 지은 <식경(食經)>에 보면 차를 오래 마시면 힘이 있게 하고 즐겁게 한다”고 했다며 “열이 나 갈증이 생기거나, 고민이 있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깔깔하거나, 사지가 번거롭거나, 뼈마디가 쑤시면 몇 잔만 마셔도 제호 감로와 겨룰 만 하다”고 차의 효능을 밝히고 있다.
차의 일화로 역대 조사들의 선문답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스님들이 차를 다반사로 마시는 이유 중에 하나다. 다선일미(茶禪一味), 선다일여(禪茶一如) 라는 말이 다 그와 관련이 있다. 또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 선문답도 절집에서 차를 다반사로 마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학승이 조주선사를 찾아왔다. 한 학승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또 다른 학승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 적이 있습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옆에 있던 원주가 이상해서 물었다. “온 적이 없는 이나 와 본 적이 있는 이나 어찌 차 한 잔 하라고 하십니까?” 묻는 원주를 바라보고는, “너도 차나 한 잔 마셔라.”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은 절집의 이런 다반사의 본가다.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이곳에서 차의 맥을 잇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절집에 다반사는 이미 다반사로서의 기능을 잃고 말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진영 / 전통건강연구가
[불교신문 2529호/ 6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