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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편지

 

<완당전집〉〈여초의〉37신의 추사 편지는 〈여초의〉36신에 이어 보낸 편지인 듯하다. 이는 응송스님의 연구 자료 속에 들어 있던 추사의 친필본 간찰 도판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여초의〉 37신과 그 내용이 같다. 다만 사진 도판 자료에는 “27일 두륜산 샘물의 갑을을 따져보자는 것은 어떻게 되었는지(二十七頭輪甲乙如何)”라고 한 내용이 들어 있지만 〈〈완당전집〉〉〈여초의〉 37신에는 “二十七頭輪甲乙如何”이 결락되었을 뿐 아니라 대흥사 대웅전의 원교 글씨에 대한 비평도 생략되었다. 따라서 이 편지는 1853년 2월27일에 보낸 〈여초의〉36신에 이어 보낸 편지이고, 〈여초의〉 36신의 하단인 원교(이광사)의 글씨 서평의 내용은 〈〈완당전집〉〉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추기된 것임을 드러낸다. 특히 추사가 과천에 머물던 시기의 일상적 단편을 잘 드러낸 이 편지는 다음과 같다.

 

27일 두륜산 샘물의 갑을을 따져보자는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와 같은 불볕더위는 범을 복종 시키고 용을 길들일 만하여 당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은지법계에서는 이선천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세간의 열 구덩이나 화택 같지는 않겠지요. 즉 묻노니 선리는 맑고 충족하신지요. 향훈과 자흔 스님도 모두 편안하고 좋으시며 원대한 수행을 그치지 않고 있겠지요. 그대는 일로향실에 죽 머무시는지요. 향훈 스님은 어디에 수행하고 있는지요. 늘 생각합니다. 저는 그 사이 설사병을 만나 원기가 다 탈진되었습니다. 세상살이의 고통이 이와 같은 것인가요. 요행히 차의 힘으로 생명(煖觸)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방의 하늘에 내리는 무량공덕과 같습니다. 가을 이후에도 이어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싫증이 나지 않는 바램입니다. 향훈이 만든 차도 인편에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마침 돌아가는 인편에 대략 적습니다. 자세한 것은 이만. 노완

 

(대흥사) 대웅전 편액의 원교(이광사)글씨를 요행히 열람해 보았는데, 이는 천박한 후배의 글씨라 논변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원교가 자처한 것으로 논한다면 크게 전해들은 풍문만은 못하고, 조송설의 과구에추락됨을 면하기는 어려워서 저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습니다. 이것이 어찌 원교 자신이 기대한 것이겠습니까. 더욱 서법이 지난한 것이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만약 선종으로서 말한다면 바로 하택종과 같습니다. 하택이 사자후를 토하니 사람들이 번번이 떨고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二十七頭輪甲乙如何 如此?熱 虎可伏龍可擾 恐難抵得 未知銀地法界能得二禪天樂 不如世間熱坑火宅耶 卽問禪履淸足 薰欣製法侶 亦同安好遠誦不已也 師連留香室 熏修何居 念念 賤間經寫 眞元下 世趣之苦乃如是耶 幸因茗力得延煖觸 是一四方空之無量福德 秋後繼寄 是無厭之望 薰製亦使隨及爲 可適因轉略 及不能愴皇姑不宣 老阮 大雄扁圓嶠書 幸得覽過 是非後輩淺薄者所可能辨 若以圓嶠之所自處者論之 大不如傳聞 未免墜落趙松雪?臼中 不覺?然一笑 是豈圓嶠之自待者耶 益知書法之至難而未易下語也 若以禪宗言之 卽一荷澤宗 荷作獅子哮 人輒震?者 何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관악산 줄기에서 나는 샘물은 그의 음다 풍류를 만족시킨 듯하다. 초의와 함께 차를 마시면 샘물의 갑을을 논하고자 했던 추사의 품천(品泉) 식견은 제주에서도 다듬었던 일이었다.

 

“그 사이 설사병을 만나 원기가 다 탈진되었던” 그는 “차의 힘으로 생명(煖觸)을 연장하고”있다. 이 무렵 초의는 일로향실에 머문 듯, 일로향실은 초의의 실명(室名)으로, 차를 보내준 초의에게 보답의 증표로 보낸것. 1844년 뭍으로 돌아가는 소치 편에 이 글씨를 써 보냈던 추사는 이 글씨가 초의의 수행처에 어떻게 걸렸는지를 궁금해 하였다. “일로향실” 차 향기 가득한 초의의 수행처의 선미 가득한 풍경을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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